라팡`이 `제이`와 함께 부르는 신보 `별의 별`
글 금동애비 스테파노
분명히 가까이 있었다. 하지만 맞닿기는 쉽지 않았다. 천년 전 빛을 보내는 별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눈으로 볼 수 있기에. 그러나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기에 거리로는 잴 수 없는 깊이가 놓였다. 거리는 그리움을 낳지만 깊이는 낯설음을 낳는다. 문득 문득 부딪히는 낯설음과 두려움은 마음에 차가운 날을 세웠다. 그리고 차갑게 날선 마음으로 상대를 헤집어 해부실 표본처럼 산산히 찢어 놓고서는 이해하며 사랑한다 생각했다. 이렇게 조각난 마음들로 이루어진 사랑의 추억은 기워 붙인 자리마다 아프다. 추억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간신히 기워 붙인 날선 기억들이 새로 자아낸 내 마음의 실에 부대끼며 내 마음을 다시 찢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실을 풀어 그 어두운 깊이로 무겁게 하강하는 사랑의 추억으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는다. 무거운 깊이와 낯설음과 작별하고 차라리 그리움을 준비하는 가벼운 거리를 두고 노래를 부른다.
1000년 전의 별빛을 보고. 그 별이 1000년 전에 날 위해 보냈다고 생각하면 행복하다. 우연을 운명이라 여기면 행복하다. 하지만 그 우연이 영원하길 바라는 순간부터 고통과 마주선다.상대를 별이라 여기다 결국 별과의 거리보다. 더 깊은 낯설음으로 끌어가는 기억의 무게를 놓으며 부르는 별의 별. 나도 너의 별이 아니고 너도 나의 별이 아니며 오직 기억으로만 존재함을 노래한다.
과거의 기억을 노래하기 위해 모든 건반악기는 ‘라팡’이 아날로그 악기에서 직접 소리를 가져와 연주하여 ‘라팡’의 그간 피아노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다. 층층이 레이어된 코러스는 같은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는 기억을 중의성을 보여준다.
이 노래에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그 과정에 느꼈던 낯설음도 안겨준 두려움의 기억도 그리고 그에 따른 아픔도 담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이라는 반주 위에 현재의 행복을 노래할 뿐이다. 엔딩에 들리는 long long time ago, so so far away는 아픔과 슬픔의 기억과 함께 이들을 내려두며 짓는 현재의 가벼운 미소를 동시에 전한다. 아련하면서도 시원하다.
나 역시 금자동이 은자동이 였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며 금동이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다. 노래처럼 기억은 날 슬프게 하지 않는다. 오는 행복이 또 있으니. 덧붙여 이번 `별의 별`도 좋은데 살짝 들은 ‘라팡’의 다음 노래는 더 좋다. 다음 뮤비를 위해 우리 금동이가 진드기와 엉긴 털을 떼내어 몸을 풀고 있다.
어쨌든 난 `라팡`이 좋다. 이 놀라운 토끼는 정말 진화하거든.
작사, 작곡 : 라팡
편곡 : 힘찬, 라팡
Vocal : 제이, 라팡
piano.ep.wurlitzer : 라팡
chorus : 라팡
bass & rhythm programming : 힘찬
guitar : nathan mason
mix and mastering : claudio cueni
cover : 이소진
M/V : 서승현 @ PUDDLE HOUSE
logo design : Jainqoo